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분명 책은 영상 보듯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리뷰는 쉽게 써지지 않는 것일까? 인상 깊게 읽었던 만큼 더 잘 쓰고 싶은 탓인지... 이럴 때면 어휘 부족에 아쉬움을 느낀다.
처음엔 그저 책의 제목과 표지가 마음에 들어 읽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책이었다. 이전에 <노인과 바다>도 이 책과 같이 읽혔는데, 아마도 이러한 점도 작가(+역자)의 역량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책 속의 배경인 1930년도의 키웨스트에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실제로 살았다고 하니, 해리와 그 주변 인물들의 삶이 마냥 허구로 지어진 이야기는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봄 가을 겨울, 이렇게 계절의 이름으로 구성된 목차가 꽤 마음에 들었다. 물론 이전에도 몇 번 보았지만, 감성 때문인지 볼 때마다 좋다.
그런데 여름이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인물의 서사에 초점을 두기보다, 사실적 상황을 보다 객관적으로 보이기 위해 해리의 여름을 고의적으로 배제한 것일까? 내용 속에 몰입해 생각해보면, 어쩌면 존슨이 그의 여름을 앗아간 걸지도 모르겠다. 나쁜 존슨.
다소 투박한 말투와 거친 언사를 쓰는 해리를 보면서, 처음엔 그저 무지하고 모난 사람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가 큰돈이 생기자마자 곧장 그의 아내와 딸들의 선물을 구입하는 모습과 갑작스레 닥친 시련 속 위험 가득한 선택 앞에서 몇 번이고 망설이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그 역시 한 가정의 아버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인물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는 과연 '못 가진 자'였을까. 표면적으로는 해리라는 인물을 통해서 당시 미국의 대공황 속 빈민(?)들의 삶을 보여주고 있지만, 개인적으론 그가 못 가진 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에게는 그를 누구보다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아내와 딸들이 있었으니까. 책의 후반부에 고든 부부와 맥월시 교수를 보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해리의 선택이, 그의 죽음이, 홀로 남겨진 그의 아내가 더욱 안타깝게 느껴졌다.
존슨에게 떼인 돈 825불, 지금으로 치면, 당시 미국의 평균 가구 소득이 2,000달러, 현재 기준 33,000달러니까, 약 13,600불, 한화로 약 1,600만 원. 당시 시대적 상황에 하룻밤새 1,600만 원을 잃었다고 하니, 해리가 왜 그처럼 위험한 선택들을 하게 되었는지 조금은 이해가 된다.
10장의 첫 문장, '위험한 도박을 하고 싶진 않지만 내게 다른 대안이 있을까? 그들은 나한테 아무런 대안도 허락하지 않는다.' 못 가진 자의 삶이 더욱 처절해지는 현실적인 이유 중 하나인 것 같아, 조금은 씁쓸해지는 구절이었다. 대안 없는 상황 속에서, 막중한 책임감에 판단력을 조금 상실했던 게 그에게 그토록 커다란 비극을 가져다 줄 줄이야.
마지막으로, 2022년에 AT&T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지금, AT&T가 1930년에도 존재했던 주식회사라고 하니, 뭔가 기분이 좀 묘했다.
이렇게라도 적을 수 있었음에 만족하고, 끝으로 요약하자면 꽤 만족스러운 소설이었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