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일기

yrohh 2025. 4. 6. 18:17

  대구의 한 독립서점에서 우연히 알게 된 소설. 뒤표지에 적힌 한 문장에 혹해 한번 읽어보았다.

“그는 세상이 정해 놓은 선과 악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인생을 추구했으며, 더 나아가 배반과 절도와 동성애를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덕목으로 여기는 독자적인 가치관을 개척해 냈다.”

 

 

  책을 읽으며 가장 강하게 남은 인상은 난해함색다름이었다. 그림과는 달리, 소설은 글을 모두 읽고 나서야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미지를 어렴풋 느끼고, 또 볼 수 있기에, 도입부에선 어쩔 수 없이 어떠한 형상이 그려지기 전까진 난해함과 같은 상태를 마주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기까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문장과 구성, 글의 의의까지 모두 어수선했달까, 그래서 조금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읽었던 데엔 의미가 있었다. 접하기 어려운 또 다른 실재하는 세계, 그리고 다른 관점의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었기에. 

 

 

  생각해 보면, 환경은 기질보다도 삶에 더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장 주네라는 인물이 극단적인 환경에서 자라지 않았더라면, 그의 감수성은 어떻게 발현되었을까. 또 그가 느꼈던 아름다움은 어떤 형태로 달라졌을까. 그리고 나아가, 그의 세계였던 동성애와 남창은 정말로 '악'이었을까. 제도 바깥의 삶, 소외된 이들에게 최선은 과연 무엇일까.

 

 

  맥락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전체적으로 <시지프 신화>와 비슷한 인상이었다. 어떻게든 완독은 했지만, 그다지 울림은 없었던. 그래도 분명 누군가에겐 명작이 될 수도 있을 법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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