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해하다..
처음엔 무슨 말인지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번역이 잘못된 건가 싶었지만, 옮긴이가 <이방인>과 <페스트>의 역자라는 걸 알고 나니, 단순히 문해력이 부족한 건 아닐까 싶었다. 물론 '쉽게 써 주면 안 됐나?' 하며 카뮈를 비난하기도. '부조리'는 또 왜 그렇게 난해한 건지. 하필 이 단어를 군 복무 시절, 가혹행위 혹은 똥군기를 지칭하는 말로 사용했었기에, 전혀 다른 뜻으로 바꿔 해석하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자신의 생각을 서술하는 에세이가 이래도 되는 걸까, 위 언급한 두 소설을 생각해 보면, 외려 형식이 없다는 게 원인이었을 수도 있겠다.
공감👏
다행이랄까, 난해함 속에서도 공감하고 와닿는 부분이 있었다. 첫 번째로는 이성과 의식에 대한 고찰로, 38억년 동안 지구에 존재했던 생물들과 인간이 과연 무엇이 다르다고 생의 의미를 논하는 걸까, 다 인본주의적 사고에 의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봤었기에 아래 구절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만일 내가 뭇 나무들 중 한 그루의 나무라면, 뭇 짐승들 중 한 마리의 고양이라면 이 삶에 어떤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차라리 이런 문제 자체가 제기되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이 세계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내 모든 의식과 친숙함에의 요구를 통해 내가 맞서는 이 세계 자체가 되어 버릴 테니 말이다. 나를 모든 창조물과 대립하게 하는 것은 바로 이 보잘것없는 이성이다."
두 번째론, "시리우스의 관점에서 보면 괴테의 작품들도 1만 년 후에는 티끌이 될 것이고 그의 이름은 잊혀지고 말 것이다."라는 구절. 호사유피라는 말이 무색하게, 인간의 역사는 결코 영원하지 않다 생각하기에 더욱 와닿았던 것 같다.
그밖에 인상적이었던 건, 해당 작품이 <이방인>과 동시에 집필되었고, '세 가지 부조리'를 탈고한 뒤 바로 <페스트>를 구상했다는 사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만큼 놀라웠다.
출간 당시 반응 중 공감되었던 부분은, 장 폴랑이 <이방인>과 <시지프 신화>에 대해 남긴 평이었다. 전자는 단숨에 다 읽을 만큼 매우 아름답고 말할 필요도 없이 훌륭하다고 한 반면, 후자는 지적이지만 형이상학적인 사건들의 총명한 연대기에 불과하다는 평이, 두 작품에 대한 내 감상과 꼭 닮아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덧붙여, 느낀 바가 단순히 시대와 언어의 다름이 아닌 취향 차일 수도 있겠다는 점도 꽤 인상적이었다.
정리📄
위에서 다소 허무주의적 감상을 적긴 했지만, 카뮈의 말처럼, 인간이기에 부조리라 칭하는 것에서 완전히 벗어날 순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현실과의 괴리에 낙담하지 않으려 주의하는 것일뿐.
끝으로, 생의 본질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어 나름 유익했던, 더불어 카뮈에 관해 조금 더 알 수 있어 좋았던, 그런 작품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끗!
책
시지프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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