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페스트

by yrohh 2023. 3. 4.

: 계기

언젠가 북카페에 갔을 때 잠시 읽었던 책으로, 최근에 읽을 책이 없을 때 이 책이 떠올라, 구입해서 읽게 되었다.

 

 

: 시작

코로나를 경험하지 않았더라면, 이 책을 읽으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생각이 비슷하더라도, 공감의 정도는 꽤 달랐을 것 같다. 

 

 

 

: Flag 📑

어떤 한 도시를 아는 편리한 방법은 거기서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사랑하며 어떻게 죽는가를 알아보는 것이다.

'여행 다닐 때 꽤 좋겠는데'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서울의, 강서구의 사람들은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사랑하며 어떻게 죽는가를 생각해 보니, 막 엄청 간단하고 편리한 방법은 아닌 것 같다. 사람들의 행태를 보기에, 과거에 비해 현재는, 어떠한 그룹의 대상들을 일반화하여 보기는 조금 어렵지 않을까.

 

4월 28일에 랑스도크 통신이 약 8000마리의 쥐를 수거했다는 뉴스를 발표하자 ... 그러나 그 이튿날 통신사는, 그 현상이 돌연 멎었고 쥐잡이 담당과에서 수거한 죽은 쥐의 수는 무시해도 좋을 정도로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인간이 사는 사회는 예나 지금이나, 저기나 여기나 모두 같은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구절.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시민들 스스로도 대책을 강구할 수 있게 상황을 빠르게 알리는 대신에, 그저 당장의 문제를 은폐하는 식의 행위가 공감되면서도 인상적이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은, 인정해야 할 것이면 명백하게 인정해, 드디어 쓸데없는 두려움의 그림자를 쫓아 버린 다음 적절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야 비로소 페스트가 멎을 것이다. 왜냐하면 페스트가 머릿속에서의 상상, 머릿속에서의 그릇된 상상이 아니게 될 터이기 때문이다.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문제를 가장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역시나 똑바로 마주하는 것이라는 생각. 더 정확하게는,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해결을 위해선,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아마 신으로서는 사람들이 자기를 믿어 주지 않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신이 그렇게 침묵하고만 있는 하늘을 쳐다볼 것이 아니라 있는 힘을 다해서 죽음과 싸워 주기를 더 바랄지도 모릅니다."

동감.

 

"백 년 전에 페르시아의 어느 도시에서 페스트가 유행해 시민을 죽였지만, 시체를 목욕시키는 사람만은 살아남았답니다. 매일같이 자기 일을 멈추지 않고 해 왔는데도요."

"그는 3분의 1의 기회를 얻었던 것이죠, 그뿐입니다."

3분의 1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어떠한 공통적인 특징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확실히 알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 추론하여 의미를 찾기보단, 자명한 숫자 그 자체만을 생각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밖에 저러한 가치관(?)이 리유의 고유한 것인지, 혹은 의사들의 공통된 것인지 궁금했다.

 

그 전날의 페스트 희생자는 137명이라고 보도했다. 듣고 있던 사람들 중에 반응을 나타내는 이는 하나도 없었다.

코로나를 겪었기에, 더 와닿았던 구절이다. 숫자가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2년 동안 일일 사망자가 두 자릿수를 넘었던 적이 분명히 있었던 것 같다. 그 숫자와 그때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건, 나 또한 위 구절 속 사람들처럼 처한 상황에 그저 무뎌져 있었던 건 아닐까 싶다.

 

흔히 몇몇 무리의 사람들이 파도치는 바다를 굽어보며 솟아 나온 바위 틈에 숨어 있다가 전동차가 지나갈 때면 유람차 안에 꽃을 던지곤 했다. 그럴 때면 사람들은 전동차가 꽃과 시체를 싣고 여름밤 속을 더한층 심하게 흔들리며 달리는 소리를 듣곤 했다.

대부분 가족이었겠지만, 죽은 이를 애도하며 시체를 싣고 달리는 전동차에 꽃을 던지는 모습이 참 애달프면서도 아름답게 느껴졌다.

 

"이 세상에 자기가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몸을 돌릴 만한 가치가 있는 건 하나도 없어요."

'어쩌면 인간은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기 위해 사는 것이 전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좌우간 마음속에 새겨, 잊지 않고 싶은 말이다.

 

리유의 어머니는 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의사는 아무 말도 없었다. 그리고 그는 자기 어머니에게 울지 말라고 하고, 이렇게 된 줄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몹시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그런 말을 하면서 그는 다만 자신의 고통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것은 여러 달 전부터, 그리고 이틀 전부터 계속되어 왔던 똑같은 아픔이었다.

아내의 죽음에 대한 아픔이, 친구의, 그리고 그동안 봐 왔던 환자들의 것과 똑같다는 것이 조금 충격이었다. 의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기에, 수없이 많은 환자의 죽음을 보면서, 죽음 자체에 무뎌질 수도, 가족이 아닌 남의 죽음이라 여길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그러지 않았다는 게 인상적이었고, 어쩌면 소설 속 인물 중에서 페스트로 인해 가장 힘겨웠을 인물은 리유가 아니었을까 생각하면서, 무언가 마음이 아팠다.

 

 

 

: 어휘

괴벽 : 괴이한 버릇

 

번번이 : 매번

 

요컨대 : 중요한 점을 말하자면/ 여러 말 할 것 없이

 

몽매주의 : 배우거나 깨치려는 생각을 아예 포기하려는 사고방식이나 태도.

 

광대무변(무변광대) : 한없이 넓고 커서 끝이 없음.

 

뇌까리다 : 아무렇게나 나오는 대로 중얼거리며 지껄이다.

 

단안 : 어떤 사항에 대한 생각을 딱 잘라 결정함.

 

해수병 : 기침을 심하게 하는 병.

 

낙착 : 일이 결말이 나는 것.

 

아케이드 : 아치형의 지붕이 있는 통로.

 

맥고모자 : 중절모와 비슷한 모양의 밀짚이나 보릿짚으로 만든 모자.

 

별안간 : 매우 짧은 동안에 갑자기.

 

 

 

: 끝

이전에 이 책에 대한 소개 영상을 보았을 땐, 어떠한 상황 속의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면서 생각할 수 있는 책인가 싶었는데, 막상 읽고 나니, 각 인물에 대한 생각보다는, 뭐랄까 다른 시기와 장소임에도, 유사하거나 같은, 사람들의 심리나 행위가 조금 더 와닿았던 책이었다.

 

고전이 고전인 데에는 다 이유가 있나 보다.

만족.

끗!

728x90
반응형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이노의 가르침  (3) 2023.04.23
부동산 경매 무작정 따라하기  (0) 2023.04.05
파과  (1) 2023.01.30
화차  (2) 2023.01.10
왜 a학생은 c학생 밑에서 일하게 되는가 그리고 왜 b학생은 공무원이 되는가  (0) 2022.12.1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