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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과

by yrohh 2023. 1. 30.

  이 책은 뭐랄까, 꼭 3대 진미 같은 재료들로만 끓여 낸 라면 같았다. 이유인 즉, 각 문장의 어휘나 표현은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것들인 반면, 그러한 문장들로 만들어진 스토리는 그만한 참신함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맛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걸 수도 있지만.

 

 

생소했거나 설명하기 어려웠던 어휘들.

  • 루페  : 볼록 렌즈를 사용한 확대경.
  • 신변잡기 :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을 적은 수필체의 글.
  • 편도체 : 감정 조절과 공포에 대한 학습 및 기억 역할을 하는 뇌부위.
  • 가욋일 : 필요 밖의 일.
  • 구들더께 : 늙고 병들어 방 안에만 있는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
  • 시러베장단 : 실없는 언행을 낮잡아 이르는 말.
  • 지분거리다 : 짓궂은 말이나 행동으로 자꾸 남을 건드려 귀찮게 하다.
  • 도지개를 틀다 : 몸을 이리저리 꼬며 움직이다.
  • 열상과 창상 : 피부가 찢어져 생긴 상처
  • 성근 방식 : 원형은 '성글다' 혹은 '성기다'로, 반복되는 횟수나 도수가 뜨는, '듬성듬성'과 같은 말.
  • 지남력 : 과거 및 현재를 비롯하여 시간, 장소, 사람을 바르게 인식할 수 있는 능력.
  • 우듬지 : 나무의 꼭대기 줄기.
  • 카프카적 해석 : 초현실적 왜곡과 같이, 글에서는 개인의 해석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 문답무용 : 묻고 답함이 필요 없음.
  • 변용 : 용묘가 변함, 또는 변한 용모.
  • 흘레 붙다 : 짐승의 교접을 의미. 
  • 입속의 혀 같다 : 다른 사람의 마음을 매우 잘 헤아려 그대로 해 주다.
  • 볼가심 : 아주 적은 음식으로 시장기를 면하는 일.
  • 건삽한 : 말라서 윤택이 없는.

 

인상 깊었던 구절.

  그녀는 앞날에 대해 어떤 기대도 소망도 없었으며 그저 살아 있기 때문에, 오늘도 눈을 떴기 때문에 연장을 잡았다. 그것으로 자신이 존재하는 이유를 확인하지 않았고, 자신의 행동에 논거를 깔거나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살아남으려고 노력하지 않았고 일찍 죽기 위해 몸을 아무렇게나 던지지도 않았다. 오로지 맥박이 멈추지 않았다는 이유로 움직이는 것은 훌륭하게 부속이 조합된 기계의 속성이었다.

 

어쩌면 그녀의 삶의 태도가 가장 인간적이면서도, 가장 이상적인 태도가 아닐까 싶다. 카프카적 해석을 더하자면, 무언가를 증명하려 애쓰지 않고, 기대와 소망이 없기에 낙심하지도 않으며, 그저 살아있기에 하루하루를 사는 그녀의 태도가, 그러지 못해 허우적대는 수많은 이들의 바람과 같이 보였다.

 

 

끝으로.

  사촌 동생과 처음으로 주고받은 책으로, 덕분에 새로운 경험과 작가 그리고 어휘를 알 수 있었다. 고맙다 ㅈㅎ나🥰

오랜만에 쓰는 리뷰인데, 쓸 내용이 있어 다행이다. 끝으로, 우리말 어휘나 다채로운 표현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읽어 봐도 좋을 책인 것 같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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