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의 소설
올해 『스토너』부터 『눈물을 마시는 새』, 『프로젝트 헤일메리』, 『1984』, 『치인의 사랑』까지 적지 않은 수의 명작을 보았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이 단연 최고였다. 최근성 편향이 반영되었을 수도 있지만, 위 작품들과 달리 이 책은 읽자마자 '올해의 소설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사한 작품들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의 삶을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은 『도둑 일기』와, 기존의 가치와 질서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인간 본질에 대해 사유하고 인간애를 다룬다는 점에서는 『싯다르타』와 유사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 외에도, 14살 소년의 관념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깊은 통찰이 드러나는 부분에서는 『아홉살 인생』의 여민의 독백이 생각나기도 했다.
줄거리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생에 대한 고찰의 싹을 틔우는 한 소년의 이야기.
문장
“로자 아줌마는 바나니아에게 소리를 질러댔지만 그 애는 천하태평이었다. 그 애는 겨우 세 살이었고, 가진 거라곤 미소밖에 없었으니까. 로자 아줌마는 바나니아는 빈민구제소에 보낼 수 있었을지 몰라도 그 아이의 미소만은 떠나보낼 수 없었을 것이다. 아이와 아이의 미소를 떼어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별수 없이 둘 다 데리고 있을 수밖에.”
아이를 떠나보낼 수 없었던 마음을 마치 어쩔 수 없는 사정인 양 표현한 대목에서, 오히려 그녀의 인간애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 인상적이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아무런 불편도 끼치지 않는데 왜 창녀로 등록된 여자들이 자녀를 키울 수 없는지 나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로자 아줌마는 그 이유를 프랑스에서 섹스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라고 했다. 프랑스 사람들은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그것에 큰 비중을 둔다는 것이다. 아줌마는 또 이런 말도 했다. 섹스는 루이 14세 때부터 이미 프랑스 사람들에게 제일 중요한 것이었고, 따라서 창녀들이 박해를 받았는데, 그건 정숙한 부인들이 섹스를 독점하고 싶어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제도의 배경과 이면을 생각해 보게 했던 단락.
사실 모든 문장의 층위가 고르다 보니, 인상적인 구절마다 플래그를 붙일지 말지 망설이다가 결국 아무것도 붙이지 못하고 위 두 단락만 남기게 되었다. 차라리 남발하는 게 나았을지도.
끝으로
어떤 점들이 이 작품을 서두와 같이 느끼게 했던 건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군더더기 없는 짜임새와 실존할 듯한 인물들의 입체성, 이야기와 대사 속에 자연스레 녹아든 철학적 사유, 문학적인 묘사와 표현, 그리고 잘 다듬어진 문체가 떠올랐는데, 결국에는 종합적인 완전함이 그러한 인상을 자아낸 것이 아닐까 싶다.
존잘, 고맙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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