ㄷㅇ이네 놀러 갔다가, 방 책장에 꽂힌 <동물농장>을 보고 최근에 너무도 인상 깊게 읽은 책이라고 말하자마자, 화색을 띠며 장강명(저자) 씨에 대한 호평과 함께, 이 책도 염세적이라며 좋아할 거라고 강력 추천해주었다. <동물농장>이 염세적이어서 좋았었나...😅 어찌 됐건 이 책을 몇 장 읽자마자, ㄷㅇ이가 왜 그토록 호평했는지 알 수 있었다.
이 책 덕분에 지루한 출퇴근길이 며칠간은 아주 쏜살같이 지나갔기에 정말 일석이조였고, 아마도 올해 들어 가장 푹 빠져 읽은 책인 것 같다.
사실 다른 이유들 보다, 살인이나 자살, 그리고 성적으로 굉장히 직설적인 말들로 처음부터 푹 빠져들었다. 그와 동시에 ㄷㅇ이의 책 취향이 궁금해지기도.😂
글의 구성이 꽤 신선했다. 주인공 '나'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각 장의 끝마다 '세연'의 '잡기'(소설)가 있고, 동일한 인물들이 각기 다른 이름으로 두 글에 등장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처음엔 두 글의 다른 인물('재키'와 '세연')이 비슷한 상황에서 같은 말을 하는 것을 보면서 '뭐지' 싶다가, 이내 재키는 '세연'을, 루비는 '추윤영'을, 소크라테스는 '휘영'을, 재프루더는 '병권'을, 마지막으로 '적그리스도'는 주인공을 의미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같은 상황을 '세연'의 시선과 '나'의 시선, 두 시선으로 볼 수 있는 구성 덕분인지 한 번의 쉼 없이 계속 흥미진진했달까.
'세연'의 주장을 볼 때면 뭐랄까, 정말 일리 있는 말인 것 같아 몇 번은 혹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과거부터 지금까지 여러 '세연'들이 있었기에 사회가 조금씩 나아졌는지는 몰라도, '휘영'의 말처럼 이 책의 '세연'은 현명치 못한 방법을 구상했던 것 같다. 처음에 끄적인 김에, <동물농장>의 벤자민이 '세연'을 봤더라면 아마도 많이 안타까워하지 않았을까? 세상은 쉽게 바뀌지 않으니까.
'내가 세연이라면' 하고 생각해보니, 단 하나의 문제도 없는 사회는 곧 인류의 부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대의 기준에 따라 사회가 나아지고 나빠지고 하는 것일 뿐이지, 문제의 근원인 사람이 없어지지 않고서야 저자의 표현과는 다른 의미로 세상이 백(白)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비관적이기보다 낙관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지만, 씁쓸하게도 그렇게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역설적인가?
ㄷㅇ이가 어떤 생각으로 강추👍 해줬는지는 모르겠지만, 나 역시도 또래들에게 강추👍 해주고 싶은 책이다. 흥미뿐만 아니라, 많은 생각이 들게끔 해준 소설이기에.
그리고 ㄷㅇ이가 소설이 아닌 장강명 씨를 좋게 말한 이유는, 아마도 내용이나 문체에서 어떠한 군더더기도 느끼지 못했기 때문 아닐까?
끝으로 요약하자면, 재미와 철학을 모두 잡은 소설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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