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뒷 표지의 '주인공 에밀 싱클레어가 성장하며 겪게 되는 자아실현의 과정'이라는 문구를 보고, 어떤 공통점이나 배울 점이 있지 않을까 싶어, 한번 읽게 보게 되었다.
와닿았던 글
소원이 나의 내부에 깊이 스며들고, 내 모든 존재가 그것으로 충만할 때에만 나는 상상한 것을 실행할 수 있고, 충분하고 강력하게 바랄 수도 있는 거란 말이야. 만일, 지금 내가 앞으로 안경을 쓰지 않은 신부님을 상상한다면 그건 안 되는 일이겠지. 그건 장난이나 마찬가지니까. ... 그럴 수 있었던 건 내 의지가 기회를 얻을 준비를 완벽하게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예수 옆에 매달린 도둑> 중에서.
진심으로 바랐던 일들이 이뤄질 때마다 나는 그저 내 운이 좋은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그 뒤엔 우연보다 구체적인 어떤 논리가 있었던 게 아닐까. 진심으로 바랐었기에 상상한 것을 실행할 수 있었고, 또 간절한 마음으로 준비했기에 그러한 기회들을 모두 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어쩌면 소원이 이루어지기 위해선, 다른 어떠한 요소보다 그 소원을 향한 간절함이 가장 중요할 수도 있겠다.
만일 인간도 짐승처럼 자기의 모든 주의력과 모든 의지를 어느 한곳에 집중한다면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거야. 그게 다야. 네가 생각하고 있는 것도 그렇고. 누군가를 아주 자세하게 관찰해봐. 그럼 그 사람 자신보다 더 그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테니까.
<예수 옆에 매달린 도둑> 중에서
나방이 환경적으로 예민한 후각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면, 인간은 환경적으로 어떤 능력을 갖게 되었을까? 문득 다른 동물들과 인간의 다른 점을 언어라 생각하니, 전 세계의 모든 언어가 하나로 일치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졌다(주제 밖이지만😂). 다시 돌아와서, 데미안은 다른 사람들을 아주 자세하게 관찰해왔기에, 어떠한 상황을 예측하거나 사람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던 걸까, 소설이라서 가능한 건지, 아니면 정말로 일리 있는 말인 건지. 그러고 보니 독심술과 별개로, 다른 사람들을 주의 깊게 관찰할 때 정말 많이 배웠었는데, 눈을 내 안에서 다시 밖으로 돌려 사람들을 관찰해봐야 하나? 또 생각해보면, 나도 아직 나를 제대로 모르는데... 어렵네 참. 구시렁구시렁.
그러니까 우리는 각자에게 허용된 것과 금지된 것을 스스로 찾을 수 있어야 해. 금지된 일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도 악당이 될 수 있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어. ... 너무도 안일한 생각을 하며 판단력이 부족한 사람은 결국 있는 그대로의 금지된 것에 당장 따르게 되지. 그게 쉬우니까. ... 사람은 각자 스스로 판단을 내려야만 해.
<예수 옆에 매달린 도둑> 중에서
사람은 각자 스스로 판단을 내려야 하고, 판단력이 부족하면 결국 있는 그대로의 금지된 것을 따르게 된다는 말이 너무나 와닿았다. 과거에 윤동주와 이한열 열사를 보며 깨달았던 것도 이와 비슷하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선 옳고 그름을 분명하게 볼 수 있어야 하고, 그러한 판단을 하기 위해선 더 많이 알고 공부해야 한다는 것. 위 구절은 더 넓은 관점 혹은 다른 관점에서 하는 말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느낀 바는 이렇다.
다음 해 봄에 나는 김나지움을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해야 했다. 그러나 아직도 나는 어디서 무슨 공부를 해야 할지 정하지 못했다. 내 입술 위에는 작은 콧수염이 자랐다. 나는 이제 성인이 되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으며 아무런 목표도 없었다. 확실한 것은 단지 나의 내면의 소리, 꿈속의 영상 하나뿐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에게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 나는 다른 사람들과 다른 걸까? 그러나 다른 학생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나도 할 수 있었다. 조금만 노력하고 애쓰면 플라톤도 읽을 수 있었고 삼각함수 문제도 풀 수 있었으며, 화학적인 분석도 따라갈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다 할 수 있지만 단 한 가지, 내가 할 수 없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나의 내면에 숨겨진 목표를 꺼내서 내 앞에 그려보는 일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자기들이 교수나 판사, 의사나 예술가가 되고 싶으며,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얼마간의 기간이 필요하고 어떠한 장점이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다. 아마도 언젠가는 나도 그런 직업을 갖게 되겠지만 내가 지금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나 역시 그것을 몇 년간 찾고 또 찾아야겠지만, 아무것도 되는 일 없이 어떠한 목표에도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설사 시간이 지나 나 역시 어떠한 목표에 도달한다 해도 그것은 아마도 곤란하고 위험하며 무서운 목표일 것이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중에서
성인이 되고 나서도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 무엇이 되고 싶은지 모르겠다는 말과 다른 사람들이 하는 대부분의 것을 나 역시 다 할 수 있으면서도, 그들과 달리 내면에 숨겨진 목표를 내 앞에 그려보는 일이 어렵다는 말이 너무나 공감되었다. 부끄럽지만 현재도 크게 다르진 않은 것 같다. 추상적인 목표만 존재할 뿐, 구체적인 목표가 없다. 보다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싶은데, 그게 참 어렵다... 찾기만 하면 또다시 불처럼 달릴 수 있는데.😥
탄생이라는 것은 항상 어려운 일이지요. 새도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애를 써야 하니까요. 돌이켜 생각해 보고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대체 그 길이 그렇게 어려운 것이었을까, 그저 어렵기만 했던 걸까, 그것 역시 아름답지는 않았던가 하고 말이에요. 당신은 더 아름답고 더 쉬운 길을 알고 있었나요?
<에바 부인> 중에서
많은 걸 깨닫고, 옳고 그름이 무엇인지, 나는 어떤 사람이고 또 어떤 사람이 돼야 하는지 깨달았던 시기가 있었다. 당시에는 정말로 힘들었지만, 그때를 뿌듯하게 기억하는 건 그만큼 그 과정이 아름다웠기 때문 아닐까?
끄적
뭐랄까, 고전에 대한 호의적인 말들로 기대가 높아진 탓인지,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은 기대만 못해 아쉬웠다. 그래서 그런가, 언젠가 이사님께서, 지금 내가 만족하며 읽고 있는 책들이 먼 훗날 고전으로 남을 수 있기에, 꼭 현재의 고전을 애써 읽으려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씀이 떠올랐다. 물론 이 책을 통해 나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고, 사색하며 즐겁게 읽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냥 '고전'에 대한 인식 때문에... 기대가 조금 컸나 보다.😂
그래도 누군가 읽겠다고 하면 권장하고 싶은 책임엔 틀림없다!
잘~ 읽었다 :)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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