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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장 죽이기

by yrohh 2025. 3. 11.

인연
  정말 예기치 못하게 미용실 선생님께 받아 읽게 된 작품. 구입한 지 7년이 지나도록 읽지 않아, 나라도 봐 줬으면 좋겠다 하시며 대뜸 건네주셨다. 사실 전부터 알고 있던 작품임에도, 달리 끌리진 않아 읽진 않았었는데, 자연스레 손에 쥐어진 걸 보면 아무래도 인연인가 싶다.

흥미
  읽고 있던 작품의 다음 권 배송을 기다리던 중 한번 훑어나 봐야지 했다가, 너무 몰입한 나머지 읽던 작품은 내려두고 이 책을 먼저 완독 했을 만큼, 흥미 하나는 예술이었다.

역시
  전부터 이 작가의, 독자의 머릿속에 직접 붓으로 그림을 그려 넣는 듯한 상세하고 풍부한 묘사를 좋아했었는데, 유독 이 작품에선 그러한 점이 더 돋보였던 것 같다. 더불어, 마치 실재하는 인물들의 대화를 보는 듯한, 사실적인 대사와 독백도 인상적이었다.

흠欠
  사실 관점을 바꾸자면 얼마든지 혹평할 수도 있는 작품이었다. 근간이랄까, 모티프가 다소 흐릿한 인상이었기에. 다만, 읽는 내내 일상에선 접할 수 없던 광경들을 그려 보며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기에 그저 제 눈에 안경이고 싶다.

어쩌면
  그런 생각도 들었다. 하루키 작가의 표현과 의도를, 한글의 형태로 순수하게 접할 수 있었던 데엔, 적확한 단어와 문장으로 번역해 준 역자의 도움이 지대했을 것이라고.

관찰
  관찰이라는 글자를 보다, 문득 최근의 내 모습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이십 대 초, 하얀 백지에 색을 칠할 수 있었던 데엔 관찰과 기록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배움에 당도하는 수단으로써의 행위는 멈춰버렸던 것 같다. 더 이상 여백이 없어서일까, 새로운 색이 필요했던 걸까. 혹은 수단이 많아짐에 따라 놓쳐버렸던 걸지도 모르겠다.

끝으로
  글을 쓰는 관점에서 문장을 바라보니, 소설가조차도 실은, 글로 그림을 그린다는 걸 새롭게 알 수 있었다. 정확히는, 이야기에 관계없어 보이는 묘사와 독백, 그리고 사실적인 대화가, 작품에 질감과 색을 입힌다는 것을.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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