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난주

by yrohh 2021. 8. 13.

# 1
이 책은 간결한 제목과 조선시대라는 배경이 마음에 들어 읽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일본 소설 특유의 느낌도 좋아하지만, 조선시대 배경의 소설들만이 가지는 분위기도 그에 못지않게 좋아하는 것 같다. 조선시대 배경의 소설 중에선 <해를 품은 달>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군대에서 읽었었는데, 부대엔 상편밖에 없어 하루빨리 후편 읽으려 휴가를 나간 적도 있었다…😂

# 2
소설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정난주는 실존했던 인물로, 1801년 신유박해 당시 제주에 유배되어 살다가 생애를 마친, 다산 정약용의 조카이자 '백서사건'으로 순교한 황사영의 부인이다. 정난주는 제주도에서 관노로 지내며 온갖 조롱과 멸시를 겪었지만, 천주를 향한 믿음으로 끝까지 견뎌내며 품격을 잃지 않았고, 세월이 흐르며 그녀의 따뜻한 인간애와 풍부한 교양과 학식으로 주민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게 되었다. 심지어 이후에는 그녀를 '서울할망'이라 부르며 많은 사람이 기대었다고도 한다.

# 3
초반부엔 아주 눈물덫 투성이었다. 하루아침에 남편과 시어머니를 잃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떨어져 먼 제주로 귀양 가는 것도 모자라, 아들의 미래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아이와 작별해야 했던 정난주의 상황이 너무나도 가슴 아팠고, 어릴 적 그녀의 유모였던 순덕 어멈이 머리를 빗겨주며 그녀에게 해주었던 말들이 왜인지 모르게 감정을 복받치게 했다. 정말이지 초반부는 아주 눈물 참는 게 제일 고역이었다(집이 아니었기에).

# 4
계속되는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처한 상황들을 담담히 이겨냈던 정난주의 행동을 보면서 조금은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평소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곤 있지만 그래도 가끔은 불평불만을 하기도 하는데, 그때의 상황들이 정난주가 견뎌내야 했던 것들에 비하면 너무나도 가소로워(?) 보였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그녀의 행동과 삶이 위로도 되었다. 긍정적인 마음과 이타적인 행동들로 어떠한 사람들에게서도 호의를 얻었던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그러한 삶의 자세에 대한 확신과 믿음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 5
명시적인 형태의 교훈이 아닌, 한 사람의 인생을 통해 위와 같은 배움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았고, 무엇보다 정난주라는 또 한 명의 멘토를 만날 수 있었음에 매우 만족스럽다. 마지막으로 '난주'라는 인물을 알게 해 준 저자 김소윤 님께 감사하다.

이 책 강추.

끗.

+ 감정들을 보다 구체적으로 묘사할 수 있도록, 앞으로 책을 읽으면서 감정 묘사에 대한 어휘들을 주의 깊게 봐야겠다. 단순히 좋았다, 만족한다, 로는 책을 읽으며 느꼈던 감정들을 정확히 표현하기엔 너무나 부족한 것 같다...ㅠ

728x90
반응형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움받을 용기  (0) 2021.08.22
머지않아 이별입니다  (0) 2021.08.22
9월의 사랑과 만날 때까지  (0) 2021.07.28
월급쟁이 부자는 없다  (1) 2021.07.18
인어가 잠든 집  (0) 2021.07.1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