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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이어트

by yrohh 2023. 5. 21.

이 책도 어느 인생과 같이 이웃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이다. 처음에는 책 제목이 낯익기도 하고, '성향'과 '성격'에 대한 내용인 것으로 보여 약간의 흥미가 있었지만, 막상 읽게 되니 어느샌가 그러한 흥미가 모두 사라져 버렸다.

 

저자가 주장하는 바나, 내용 자체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지만, 무언가 (저자는 아니라고 하지만) 책 전반에 깔린 '내향성'을 옹호하는 듯한 부분이 계속해서 신경 쓰였다. 이유인즉, (매번 그래왔지만) 책에 대해 미리 알아보지 않았기에 막연히 기대했던 전개와 다르기도 했고, 시대상과 문화가 다른 탓에 어떤 이질감을 느꼈던 것 같다. 뭐랄까, 지금까지의 일상에서는 '외향적일수록 혹은 내향적일수록 좋다'는 말이나 사회적 인식 등을 크게 경험해 보지 못했었는데, 책에서의 전제가 그러한 인식 또는 문화였기에 잘 공감이 되지 않았다.

 

 

물론 위의 책에 대한 아쉬움과 반대로 인상적이었던 부분도 많았다.

 

사람들이 모세를 따른 까닭이 그가 말을 잘해서가 아니라 그의 말이 사려 깊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누군가를 설득하는 데 말을 조리 있게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향적이었다는 모세를 통해서 그러한 '능력'보다 사려 깊은 '태도'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걸 새롭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반응성 높은 아이에게 이상적인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 내게 유창하게 묘사한다. "아이의 신호를 읽고 개성을 존중할 수 있는 사람. 뭔가를 요구할 때는 혹독하거나 적대적인 방식이 아니라, 온화하지만 단호하게 하는 사람. 호기심, 학업 성과, 만족 지연, 자제력을 장려하는 사람. 혹독하지 않고, 아이를 무시하지 않고, 일관성 있는 사람." 

스스로 생각했을 때 반응성 높은 부류이기에, 미래의 자녀 또한 반응성이 높을 경우, 아이가 자신의 본질을 더 가꿀 수 있도록, 부모가 된 후에 따를 수 있는 하나의 방향이 되어준 구절이다.

 

"... 회사들은 사업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더라도 프레젠테이션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을 고용해요."

미국 문화권을 바탕으로 쓰인 책이다 보니, 미국에서 학부를 마친 ㅇㅌ선생님의 모습과 말씀이 떠올랐던 구절이다. 조직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돼, 의견을 개진해 나가는 선생님의 모습이 대단하게 느껴져, 의견을 주장하는 데 어떤 식으로 타당성을 보이며 설득하는지에 관해 질문을 드린 적이 있었는데, 그때 선생님께서는 주장하고자 하는 내용이 옳든 그르든 상관하지 않고 그저 '자신 있게' 말할 뿐이라고 말씀하셨다. 처음엔 겸손한 말씀인 줄로만 알았다가, 학부에서 수많은 토론 수업을 거치며 그러한 태도를 갖게 되었다는 첨언을 듣고선, 그 답변이 진정 물음에 대한 완전한 답변이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조직이, 더 나아가 사회가 생각보다 이상적이지 않다는 걸(다른 의미로, 조직에서도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걸)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 알맹이도 중요하지만 스타일이 그만큼 중요했던 반면, 이스라엘 협상가들은 전달되는 정보에 좀 더 집중했다. 이들은 동정심 많은 태도나 적대적인 감정 어느 쪽에도 별로 상관하지 않았다.

아시아의 협상가들과 달리, 이스라엘 협상가들은 말의 표면보다 정보에 더 집중한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 말이 진실이라 가정했을 때, '이스라엘 협상가들은 어떻게 그러한 태도를 취할 수 있게 된 것일까?', 유사하게 '문화의 다름이 그러한 차이를 만든 건 아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협상이라 하면 이스라엘의 협상가들처럼 당연히 허울보다는 실속을 고려할 거로 생각하는데, 어떤 연유로 아시아의 협상가들은 실속을 더 고려치 않았던, 혹은 못 했던 것일까?

 

그렇다면 존이 그 성격 강한 아내와 소통할 때 쓰는 비법은 무엇일까? 그는 아내의 말이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는 점은 알지만, 그러면서도 아내의 의중을 읽으려고 애를 쓴다. "공감해 보려고 하는 거예요. 아내의 말투는 빼버려요. 나에게 공격으로 느껴지는 부분을 빼버리고, 아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파악하려고 하죠."

평소 사람들의 말투를 꽤 신경 쓰는 편인데, 사실 이러한 태도가 의사소통에 있어서 그다지 유익하진 않은 것 같다. 이 구절을 통해, 가까이 둘 사람을 판단하는 데 있어선 여전히 유효하다 생각하지만, 그게 아닌 의사소통에서는 이스라엘의 협상가와 존과 같이, 말의 알맹이만을 듣고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느꼈다. 결과적으론 그러한 행동에서 이로움이 오롯이 나에게 돌아올 테니깐.

 

자신이 세상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그것을 실현하라. 그러기 위해 공개 강연이나 인맥 쌓기 등 불편한 활동을 해야 한다면, 그래도 해라. 하지만 그것이 어렵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좀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교육을 받고 그 일을 마쳤을 때 자신에게 보상해 주어라.

어떠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성격이나 성향에 맞는 방법을 찾아 이행하는 것도 좋지만, 모든 경우에서 그런 방법을 찾기란 쉽지도 않고, 또 정공법이 아니라 완전치 못한 대안일 수도 있기에, 때로는 불편하더라도, 또 두렵더라도 해야 할 때는 자신 있게 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중요한 건, 스스로 힘들었던 만큼 보상해 주는 것.

 

 

초반에 아쉬움에 대해서 주로 언급하긴 했지만, 대개, 막연한 기대에서 온 아쉬움과 같이 주관적인 것이기에, 책 자체로는 부정적으로 평가할 마음은 없다. 오히려 실속이 있는, 그리고 읽어볼 만한 책이라 말하고 싶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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