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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by yrohh 2023. 9. 3.

  이야기의 공감보다는 저자 남편분의 태도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책이다.

 

아래는 그렇게 느꼈던 부분들.

 

1.

"여보, 설거지 내가 도와줄게"

"뭐라고? 설거지를 도와준다고? 그럼 설거지는 원래 내 몫이란 말이야? 내가 해야 할 일인데 오빠가 도와주는 거라고? 아침에도 내가 했고 어제도 내가 했잖아."

 

공격을 다다다다 내뱉기 시작했다. 당황하면 코가 빨개지고 커지는 남편이 조용히 일어나 설거지를 했다. 가만히 입 닫고 있으니 내가 좀 너무한 거 같았다. 설거지하는 남편을 쓱 곁눈으로 봤다. 이러다 남편 코가 빵! 하고 터질 것 같았다. 내가 먼저 미안하다고 말했다. 남편은 자주 이렇게 대답했다.

 

"네가 그렇게 생각했으면 이유가 있겠지."

 

 

2.

밥을 서둘러 먹은 아이들은 다시 숨기기 놀이를 시작했다. 물론 아빠가 타깃이다. 아빠 안경을 이리저리 숨겨가며 논다.

{...}

 

"얘들아, 조심조심. 아빠 안경 소중한 거야."

"얘들아, 아빠 안경 망가지면 내일 회사 못 나가. 조심히 만져~."

{...}

 

다음 날 아침 일어나 아빠가 출근하려 하는데 안경이 안 보인다. 분명 찾아서 책장 위에 둔 것 같다고 하는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

 

남편의 출근 시간은 7시 40분. 이제 당장 나가지 않으면 지각이다. 오늘은 회사에 중요한 일이 있어서 휴가나 반차를 내지도 못한다. 출근 시간이 지체되기 시작하고 남편도 한숨을 쉰다. 집안 분위기가 안 좋다.

이럴 때면 잔뜩 긴장된다. 내가 어릴 적, 아빠는 성질이 무지무지 급한 사람이었다. 자신이 찾는 물건이 제자리에 있지 않으면 불같이 화를 내거나 물건을 내던지곤 했다.

{...}

 

"하준아~."

 

아이를 부르는 그 순간 내 마음속에는 이름 붙일 수 없을 만큼 커다란 분노와 긴장이 솟았다. 만약 이때 남편이 '하준아! 어디에 뒀어!!'라는 말로 아이를 몰아세웠다면 나는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남편의 그 한마디는 나를 완전히 폭발하게 했을 것이다. 내 마음속에는 '모른다잖아! 얘가 어디 뒀는지 모르겠다잖아! 조금 더 찾든지 아니면 휴가를 내든지 해!!'라고 소리를 지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이를 나지막이 부른 다음 남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말이었다.

 

"하준아, 같이 찾아보자."

 

 

'자상함에도 재능이란 게 있을까?' 생각하게 하는 구절들이다. 만약 재능이란 게 있다면 아마도 남편분은 자상함에 있어 천재일 것이다. 과연 이러한 태도는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개인의 노력일까, 가정환경의 영향일까, 남편분과 직접 대화를 나눠봤으면 하는 마음이다. 실현되긴 힘들겠지만, 적어도 두 문장을 통해 단계 높은 자상함의 일면을 보고 배울 수 있었다.

 


 

  그밖에 저자의 친구가 저자에게 해 주었던 말 역시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부모한테 사랑을 주러 온 자식이 있고, 사랑을 받으러 온 자식이 있대."

 

뭐랄까, '어쩌면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는다는 걸 너무 당연시했던 건 아닐까'하고 생각해 보게 하는 구절이었다. 부모-자식도 결국 인간 대 인간인 관계인데, 내 입장에서만 관계를 정의한 건 다소 이기적인 행위였을 수도 있겠다.

 


 

  마지막으로, 공감되었던 저자의 말.

 

부모는 '자신이 사랑이라고 믿는 방식의 사랑'을 자식에게 준다. 최선을 다해서.

나는 모성애와 가족에 대해서 대단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요약하자면, '뻔한 내용은 아닐까'하고 우려했던 것과 달리, 신선한 충격으로 사고의 폭을 넓혀주었기에, 굉장히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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