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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by yrohh 2023. 10. 14.

  오랜만에 읽어 보는 소설이었다. 덕분에, 독서의 가장 큰 재미는 역시 상상이라는 것과 여전히 소설이 내 최애 장르임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막 읽고 나서는 조금 황당하기도 했다. 마지막까지 벽과 벽 안 쪽의 세상, 그리고 그림자가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글에서 분명히 설명되지 않았기에, 뭐랄까 도화지에 한 붓 한 붓 칠해감에 따라 서서히 윤곽이 드러나는 것과 반대로, 부분마다 그럴싸하게 그리지만, 끝내는 각 부분이 조화롭지 못한 추상화 같았달까, 그런 느낌이었다. 최근 지식 습득을 위한 독서를 주로 해서 그런지, 이러한 불명확함이 조금 더 낯설게 느껴졌던 것 같다.
그래도 계속해서 곱씹다 보니, 나만의 방식으로 해석 혹은 받아들일 수 있게 된 부분은, 다른 세상 속 또 다른 내가(그림자) 그 세상에서 잘 살고 있다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무언가 현재 살고 있는 세상을 벗어나 다른 곳으로 떠나려 할 때 '그곳의 또 다른 내가 잘 받아주겠지!' 하며 스스로 용기를 북돋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평행 우주랑 비슷한 것 같기도?
글에서의 묘사를 머릿속에서 마음대로 표현하는 것도 재미난 일이지만,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바 역시 내 마음대로 해석하는 것도 꽤나 재밌는 일인 것 같다. 분명한 해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캐치하지 못한 채 마음대로 해석하는 거라면 조금 아쉬울 수도 있겠지만😅

  그밖에, 책의 내용과 관계없이 '나는 상사에게 사직서를 낸다. 더이상 이 일을 계속할 수 없다. 숙고 끝에 그렇게 결심한다. 지금 여기에 있는 생활의 레일에서 일단 몸과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ㅡ설령 그것을 대신할 새로운 레일을 찾지 못했다 하더라도.' 이 구절이 무언가 깊이 와닿았다. 대신할 레일을 찾지 못했다 하더라도, 일단은 현재의 레일에서 벗어나야겠다는 결심이. 소설과 달리 인생은 실전이지만, 때론 인생이 소설보다 더 픽션 같을 때도 있기에, 또 다른 레일에서 재미나게 생활하고 있을 또 다른 나를 상상하며(또 믿으며), 언젠가 위 구절과 같이 액션을 취해봐야겠다.

'그 무언가는 내게 중요한 사실을 알리고, 그 사실은 또 내게 응분의 변용'을 재촉하리라.' 처음 보는 표현이었다. 아마도 삶이나 상황의 변화를 뜻하는 것 같다.

'광열비', 전기, 가스, 수도 요금을 뜻한다.

'고야스 씨의 죽음은 많은 장소에 깊은 결락을 남겼다.' 역시나 처음 보는 표현으로, 아마도 부재로 인한 영향 혹은 결핍 등을 의미하는 것 같다.

'당신은 누군가에게 쫓기지도 않고, 남의 눈을 피해 살고 있는 것도 아니야. 직접 진취적으로 선택한 인생을 살고 있을 뿐이지.' 해당 구절에서는 뭐랄까,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직접 진취적으로 선택한 인생', 현재 너무도 수동적인 삶을 사는 것 같이 느껴져 그런지, 갈망하는 마음에(?) 위 표현이 눈에 띄었던 것 같다.

 

  이야기상으로 명확한 맺음이 없다 하더라도, 읽는 내내 머릿속으로 상상하기에 충분한 묘사가 있었고, 소재가 일상적이지 않아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다. 앞으로 한 번 더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책값, 저자의 이름값은 하는 책이었다 말하고 싶고, 하루키의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은 읽어보길 추천한다. 😊

 

  이번 글은 이 블로그에 책 리뷰를 남기기 시작한 이후로 100번째로 작성한 글이다. 그렇기에 조금 특별한 책 혹은 글을 달리 써야 하나 싶었지만, 숫자에 의미를 두지 않고 평소처럼 쓰기로 했다. 사실 특별하게 쓴다는 것 자체도 어려운 일이기도 하고. 😂 100번째 리뷰를 맞아, 하고 싶은 말은 수동적인 삶을 살면서 그래도 독서와 리뷰만큼은 능동적으로 한 것 같아 위안이 되고, 또 약 2년이라는 기간 동안 지속해서 리뷰를 작성해 왔음에 스스로 대견하다 말하고 싶다. 사실 읽는 이가 많이 없어 플랫폼을 옮길까도 했지만, 애당초 누군가에게 읽히기 위한 글을 남기려 했던 것은 아니었기에, 계속 티스토리를 이용할까 한다. 😁

아무튼, 다시 한번, 대견하게 생각하고 고맙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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