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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해방일지

by yrohh 2024. 1. 21.

한줄평

  최고였다.

 

 

다르지만 같은

  "나는 사회주의를 위해서 목숨을 걸지 않았다. 인간은 목숨이 붙어있는 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때는 그 대안이 사회주의였을 뿐이다."

이념이나 사상도 결국 어떤 분류로써 나뉠 뿐, 실상 사람들의 뜻은 다르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어,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이다. 서로를 구분 지으며 미워하는 일만큼 무지하고 부질없는 행위가 또 있을까.

일본 고치의 한 신사에서 파파고로 번역해 본 신자들의 소원. '세상의 평화'와 '가족의 안녕', 국가와 종교는 다르지만, 바람은 같았다.

 

 

사람 사는 이야기

  이 이야기가 완전한 허구였더라면, 히사이시 조의 음악에서 느꼈던 경외심, 그 이상의 기분을 느꼈을 것 같다. 탄탄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글이 너무도 낯설고 신기했기 때문에. 정말 '소설은 사람의 이야기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실제 사람들의 일생만큼이나 입체적이고 개연성 있는 이야기는 없는 것 같다.

 

 

부모
  아버지의 지인들을 통해, 영정사진 속 남자의 모습이 점점 더 입체적으로 바뀌고, 그를 바라보는 화자의 감정이 달라지는 걸 보면서, '나도 그럴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부모님의, 정확히는 부모이기 전의 당신들의 삶이 궁금해져 평소 친구에게 물을 법한 질문을 했던 적이 있다. 어떻게 지금에 이르렀고, 언제 가장 슬펐으며, 또 언제 가장 기뻤는지와 같은. 그럼에도 머릿속 두 분의 모습은 크게 바뀌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훗날 화자와 같이, 두 분의 뚜렷한 모습을 뒤늦게 마주할까, 두려운 마음도 함께 들었다.

부모가 미워도 살아계실 때 잘해드려야 한다는 말이 계속해서 들리는 걸 보면, 대부분 사람이 동일한 경험을 하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저자와 같은 세대의 독자들이, 상대적으로 어린 세대들보다, 이 책에서 느끼는 바가 더 크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아마도 '내가 느꼈던 울림의 곱절은 되겠지.' 하면서.

 

 

어휘 공부

  책에서 사투리를 포함한 생소한 어휘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이 중 '항꾼에'라는 단어가 구수한 발음에 의미까지 좋아 계속해서 맴돌았다.


수밀도, 껍질이 얇고 물이 많은 복숭아.
한갓진, 한적하고 조용한.
지청구, 꾸지람 혹은 잔소리.
항꾼에, 함께라는 의미의 전라도 사투리.
천렵, 계곡이나 냇가에서 고기를 잡으며 즐기는 행위.
발로, 겉으로 드러나는 것 혹은 드러남.
형설지공, 어려운 처지에도 뜻을 꺾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것.
근묵자흑, 먹을 가까이하면 검어진다는 말로, 주변 환경에 물들게 마련이라는 의미.

 

 

마치며

  지인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인데, 정말이지, 최근에 읽었던 작품 중에서 단연 최고였다. 고맙습니다 ㅇㅅ님!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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