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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by yrohh 2021. 9. 12.

[1]
회사 동료분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이다.
추천받을 당시, 딱히 다음으로 읽을 책을 정해두고 있지 않았던 터라, 책 추천이 반가웠다.

[2]
장희원, 장류진, 김초엽, 이현석, 최은영, 강화길, 이렇게 여섯 작가의 단편작과 작품별 저자들의 집필 의도와 소감이 담긴 작가노트, 그리고 각 작품에 대한 심사 및 선고 위원들의 해설과 심사평으로 구성되어있다.

[3]
<강화길 - 음복(飮福)>
그렇게 낯설지 않은 내용이었다. 우리 집안도 전형적인 가부장적 집안이기 때문일까, 인물들의 이야기만 다를 뿐이지, 남자들의 모름과 여자들의 앎이란 표현이 새롭지만 깊이 와닿았다. 최근에서야 사회가 변화하면서, 우리 집안의 어른(남자)들이 그간의 모름과 당연함, 그리고 옳고 그름(?)에 대해서 조금씩 인지하게 됐다곤 하지만, 그전까진(사실 지금도 조금은) 저자의 표현처럼, 우리 집안의 남자와 여자들의 앎의 정도 역시 꽤 달랐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섬세한 글은 거의 읽어본 적이 없었기에(지금 생각해보면, 있었더라도 표면에 나타나는 의미만 이해했던 것 같다), 이 작품 역시, 한 구절 한 구절, 그다지 깊게 생각해보지 않으며 읽었었는데, 그런 탓일까, 처음 다 읽고 났을 땐 이 글이 왜 대상작일까 하는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오은교 평론가의 해설을 읽으며 문장의 단어와 묘사들이 갖는 의미를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글의 정교함과 섬세함에 놀라며 이 작품이 왜 대상작으로 선정되었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최은영 -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이현석 - 다른 세계에서도>
이지은 평론가의 해설에서, 더하여 정민은 임신 8주 차 산모의 임신중지 시술을 한 뒤 "아기의 초음파 이미지"(123쪽)에 시달렸다고 하는데, 전문가마저도 "그냥 덩어리"(124쪽) 형태일 배아를 '아기의 형상'으로 인식하며 죄책감을 느끼는 이 장면은 임신중지에 대한 관습적인 재현이 우리 인식 속에 얼마나 뿌리깊게 박혀 있는지, 그러한 재현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얼마나 억압해왔을지 짐작하게 한다., 이 구절을 보면서 아무리 배아라 하더라도, 누군가는 생명 혹은 아기라고 느끼며 죄책감을 느낄 수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감정에 전문가의 의견이 그렇게 중요한가 싶기도.

<김초엽 - 인지 공간>
인지 공간에 지식을 기록하고 연결망을 재배치하는 관리자가 있다는 건, 현재는 불완전하지만 모든 것들을 기록하면서 구조를 최적화시켜, 공동의 평균 지식이 아닌, 모든 지식을 담고 있는 완전한 공간으로 만들 순 없는 건가? 작가의 설정이기에 어쩔 수 없다만, 애초부터 실존하지 않는 공간이기에 조금의 상상을 더 보태보았다.🤔

이전에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라는 작품을 꽤 흥미 있게 보았기에, 6명의 작가들 중 유일하게 낯설지 않은 김초엽이라는 이름이, 더욱 반갑게 느껴졌다. 김초엽 작가의 소설 대부분이 SF 소설이기에, 이 작가의 글을 읽을 때면 현실에서 볼 수 없는 구조물들을 임의로 상상해보는 재미가 있는 것 같다. 다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서의 단편작들과 달리, 이 작품의 인지 공간은 다소 그리기가 어려워 그냥 추상적인 개념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장류진 - 연수>
이 책의 다른 글들도 마찬가지지만, 이 작품 역시 '글'만 보았을 때는 인물들의 대사나, 상황에 숨겨진 의미를 발견하지 못했었다. 그저 마지막 장면에서 강사가 주인공을 위해 길을 터주는 장면에선 작지만 어떤 감동을 받았달까,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해설을 읽고 나니 참 많은 의미들이 내포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게 아니면, 해설의 표현이 유난히 고급져, 뭔가 더 있어 보이는 걸지도).

운전에는 타고난 감이 있는 것 같다. 별다른 공식 없이도 차선 변경이라던지, 속도감, 도로 위에서의 상황 예측, 혹은 주차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렇다. 오히려 주차를 제외하곤, 공식이 오히려 더 위험하지 않을까?

운전 연수를 받아본 적은 없지만, 주위 친구들이 운전을 시작한다고 하면, 나는 가족 이외의 사람들에게 운전 연수를 받아보라고 권유하곤 한다. 운전을 잘하는 것과 가르쳐주는 것은 별개이니까, 그리고 운전을 오래 했다고 해서 운전을 잘한다고 생각하지도 않기 때문에🙂

[4]
여섯 편의 작품을 읽으면서, 이러한 글들을 두고 잘 쓰인(?) 글이라 말하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에서 가장 와닿았던 부분은, 잘 쓰인 여섯 편의 글이 아닌, 각 작품에 대한 위원들의 해설이었다. 한 권의 책을 다 읽을 때마다, 책의 내용을 다시 한번 곱씹기 위해 독후감을 쓰곤 하는데, 이 책의 해설과 지난 내 독후감들을 비교해보면서, 같은 글을 읽더라도 해석과 표현의 깊이가 이렇게 달라질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평소 책을 다소 가볍게 읽었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가벼운(?) 책들만 찾아 읽었나 싶기도 하고. 취미기 때문에 독서에 부담을 갖고 싶진 않지만, 간혹 이런 책도 읽으면서 독해력을 높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러면 보다 글이 더 맛있게(?) 읽히지 않을까?

[5]
용산4구역 철거 -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에서 언급되는 사건으로, 이 작품 덕분에 뒤늦게나마 이 참사에 대한 배경과 논란에 대해서 알 수 있게 되었다.
참고

미메시스 - 심사평에서 한 위원이 어느 작가를 수식하기 위해 사용한 단어로, 뜻은 '모방'을 의미한다.

[6]
언제나 어려운 책은, 리뷰도 어려운 것 같다.
글의 깊이라는 게 무엇인지, 글을 제대로 읽는다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었던 책이었다.
아쉬웠던 건, 젠더 위주의 소설로만 묶였다는 것... 조금 다채롭지 못했달까?

여섯 편 중 기억에 남는 작품을 꼽자면, <음복>과 <인지 공간>
어... 어떻게 마무리하지?

끄...끗!

+ 덕분에 잘 읽었습니다, ㄱㅎ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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